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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학

교육철학의 성격

by SOTD 2023. 11. 9.

교육 철학은 교육을 탐구 대상으로 하는 학문입니다. 그러나 교육철학이 교육을 탐구 대상으로 하는 교육학의 다른 영역, 즉 교육심리학, 교육사회학, 교육행정학, 교육인류학 등과 구별된다면, 그것은 교육철학적 탐구 방법과 그 탐구 방법에 의해 형성된 지식의 체계에 있습니다. 교육철학의 지식의 체계를 검토하기에 앞서 교육철학의 성격과 탐구 방법을 살펴보겠습니다.

 

교육철학의 성격

교육철학의 성격

1. 지혜를 사랑하는 것

 

일반적으로 철학을 언급하면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칸트, 듀이 주자, 양명, 이황, 이이, 정약용 등의 대사상가들이 형성한 이론이나 현상학, 실용주의, 실존주의, 분석철학, 비판철학, 성리학, 양명학과 같은 학자들에 의해 개발된 사상의 체계를 연상합니다. 동시에 철학은 위대한 사상가들이 생성한 생소한 개념과 복잡하며 난해한 사상을 포함하고 있다고 여겨지곤 합니다.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철학을 고상하고 지적인 사람들의 전유물로 생각하거나, 보통 사람들의 삶과 관련이 없는 추상적인 이론으로 간주하거나 그렇지 않다면 무용론적이고 현실적인 삶과 연결이 없는 것처럼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견해는 철학을 오해하는 입장으로 볼 수 있습니다. 

 

철학에 대한 이러한 불만은 사실 '철학이란 무엇인가'하는 질문이 쉽게 대답되기 어렵다는 데에서 비롯됩니다. 교육이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의 경우도 마찬가지겠지만 철학이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대답할 수 있다면 그것은 철학 공부의 시작이 아니라 끝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철학을 처음 접하는 분들은 도대체 철학이라는 것이 무엇을 탐구하는 것인지 그 대상이 불분명하기 때문에 매우 당황할 수 있습니다. 철학은 2,5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수많은 철학자에 의해 여러 분야에 걸쳐 엄청나게 다양한 지식의 체계를 발전시켜 왔습니다. 또한 철학은 모든 학문의 원조였기 때문에 근대 이후에 발생한 모든 학문들도 철학과 관계를 맺고 있어서 철학은 더욱더 복잡하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다소 학문적인 체계를 갖춘 철학이라는 표현을 떠나서 생각해보면,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인생철학, 통치철학, 경영철학 등과 같은 철학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의 철학은 학문적인 체계보다는 실제 삶을 살아가는 데 중요한 지침으로 기여하며, 실제 경험을 통해 얻어진 지혜를 나타냅니다. 사실, 우리가 사용하는 '철학'이라는 용어는 'philosophy'의 번역어입니다. 'philosophy'는 어원적으로 philos(사랑)와 sophia(지혜)의 결합어입니다. 이 어원에서 볼 때, 철학은 주로 '지혜를 사랑하는 활동' 또는 '지혜에 대한 사랑'으로 이해됩니다. 따라서 철학을 지혜를 사랑하는 행위로서 바라봤을 때, 우리는 철학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될 것입니다.

 

근대 철학의 대표적인 철학자로 꼽히는 칸트 또한, 철학을 가르치면서 "내가 진정으로 가르치고자 하는 것은 철학(지식의 체계로서의 철학)이 아니라 '철학하는 것'이며, 학생들이 진정으로 배워야 할 것도 철학(지식의 체계로서의 철학)이 아니라 '철학하는 것'이다."라고 언급했습니다. 이 말은 철학의 진정한 의미는 지식의 체계로서의 철학이 아니라 지혜를 사랑하는 활동에 있으며, 지혜를 사랑하고 탐구하는 정신적 행위에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소크라테스의 "성찰(반성)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라는 말 또한 이와 같은 의미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2. 진지하게 생각하는 것

지혜를 사랑하는 관점에서 철학의 성격은 주어진 탐구대상이나 주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찰하는 것'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진지하게 고찰한다는 것은 노력하여 생각하는 태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명확히 인식하고, 따라서 자신이 모르는 것을 인정하는 것을 포함합니다. 이것은 소크라테스의 말처럼 자신의 무지를 깨닫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입시위주의 교육이 문제이다.'라는 정보가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 정보를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입시위주의 교육은 어떤 교육을 의미하는가?', '그 문제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그 문제가 왜 문제가 되는 것인가?'와 같은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이러한 점에서 진지하게 사고한다는 것은 지적 정직성을 가지는 것입니다. 진지하게 사고한다는 것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을 명확히 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공자가 말했듯이 '아는 것은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는 것'입니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을 명확히 하는 것은 그 자체로 자신의 지식 범위를 확실히 인식하는 것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을 모르는지와 어떤 주제를 깊이 연구해야 하는지를 분명히 하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깊이 생각하고자 하는 주제가 명확해지며, 그 주제를 깊이 탐구하려는 욕구가 생기게 됩니다.

 

진지하게 사고한다는 것은 깊이 생각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깊이 생각한다는 것은 의문이 생겼을 때 그 의문에 대해 최대한 탐구하고, 자신의 사고를 명확하게 정리할 수 있는 수준까지 고민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어느 정도의 체계와 확신을 갖고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다소 의문이 남거나 모호한 이해에 만족하지 않고 깊이 생각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것은 표면적인 사실이나 단순한 정보에 안주하지 않고, 진정한 이해를 얻을 때까지 탐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경우, 사고는 단순한 사실이나 정보를 넘어서서 그 이면에 있는 내용과 의미를 탐구하며, 개별적인 사실이나 정보를 포괄적이고 일반적인 이론 또는 다른 사실과 정보와의 일관성을 갖춘 전체적인 지식 체계를 형성하도록 나아가게 됩니다.

 

또한 진지하게 사고한다는 것은 아무렇게나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사고 방법, 즉 합리적인 사고 방법을 따라 생각하는 것입니다. (합리적인 사고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한 문제 자체가 논리학, 즉 철학의 한 분야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여기서는 이 문제를 자세히 다룰 수 없습니다.) 어떤 사람은 신의 계시를 통해, 또 다른 사람은 꿈 속에서 혹은 직관을 통해 중요한 결론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으로 얻은 결론은 합리적인 사고 방법을 거치지 않았으며, 체계적인 논의 과정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철학적으로 부를 수 없습니다. 따라서 철학에서 중요한 것은 어떤 결론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그 결론에 이르기까지의 사고와 탐구 과정이 합리적인 사고 방법에 따라 적절하게 이루어졌는지 하는 것입니다. 즉, 철학에서 중요한 것은 문제에 대한 답이나 결론이 아니라, 답을 찾아가는 탐구와 논의 과정입니다.

 

 

3. 의미의 탐구

지혜를 사랑하는 일로서의 철학의 특징을 보다 명료화하기 위해서는 의미를 탐구하는 일로서의 철학의 특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결론을 먼저 말하면 철학적 탐구는 사실을 탐구하는 과학적 탐구와는 달리 의미를 성찰한다는 점을 특징으로 합니다. 사실이란 인간의 다섯 가지 감각 기관인 눈, 코, 귀, 입, 피부를 통하여 참과 거짓을 판단할 수 있는 대상을 말합니다. 사실은 궁극적으로 감각적 경험에 의해 확인되는 것이지만 시종일관 감각적 경험에 의존하는 것은 아닙니다. 과학의 발달사는 사실을 발견하는 인위적 방법, 즉 과학적 방법의 발달사로 볼 수 있습니다. 천체를 단순히 시각적으로만 관찰할 때 지구는 우주의 중심에 있고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돌고 있다는 천동설의 세계가 우주에 대한 사실로 받아들여진 것입니다. 그러나 과학의 발달은 감각적 경험을 넘어선 과학적 관찰 방법의 개발을 가져와 지동설로 설명되는 세계가 우주에 대한 사실임을 밝혀냈습니다. 

 

이처럼 과학적 방법은 감각적 관찰로는 확인할 수 없는 미시적 현상이나 먼 거리의 현상을 관찰 가능하게 하며, 감각적 관찰에 의해서 확인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사실의 관찰을 가능하게 합니다. 감각적 관찰을 넘어선 것을 관찰하려는 과학적 탐구는 통제와 분리의 방법을 사용하게 됩니다. 과학에서의 사실이나 현상은 인간의 경험이나 환경 전체의 관계 중에서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전체에서 분리되어 특정한 현상을 직접 통제하고 관찰할 수 있는 실험을 통해 발견됩니다. 따라서 사실은 전체에서 분리된 실험적 활동에서 관찰과 기술을 통해 밝혀진 것입니다.

 

철학적 탐구의 대상으로서 의미는 과학적 탐구대상으로서의 사실과 구분됩니다. 의미는 현상이나 사실을 구체적인 삶의 활동 속에서 그 성격을 재규정하고 재해석함으로써 생겨납니다. 과학적 사실의 의미는 전체 삶의 상황에 비추어서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습니다. 단순한 사실을 보다 폭넓은 관심, 세계관, 인생관, 가치관과 연결시켜 의미를 찾는 것은 바로 철학이 수행해야 하는 작업입니다. 한 마디로 철학은 과학적 탐구의 결과로 주어진 지식을 인간 삶과 의미 있게 상호 관련시키는 활동입니다. 일상생활에서 흔히 하는 말을 예로 들어 의미의 뜻을 이해해 보겠습니다. 쌀이 반쯤 남은 쌀독이 있다고 하자. 그것을 보고 "이제 쌀이 반밖에 남지 않았어."하고 걱정하는 투로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직도 반이 남았구나."하고 안심하는 투로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우리는 전자를 비관주의자라고 하고 후자를 낙천주의자라고 부릅니다. 이처럼 동일한 사실을 각자의 삶의 상황에 따라서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으며, 그 해석의 차이는 실제 삶을 다르게 이해하며 다른 삶을 산다는 것을 뜻합니다.

 

요약하면 사실은 분리된 현상에 대한 관찰에 의한 것이며 객관적인 것인 반면, 의미는 전체로서의 삶에 비추어서 사실을 재해석한 것입니다. 사실과 의미의 관계에 대한 보다 깊이 있는 분석과 검토는 과학적 지식의 성격을 밝히는 과학철학을 중심으로 한 현대 인식론의 중요한 탐구과제입니다. 다만 여기서는 사실과 구분되는 의미가 있다는 것, 그 의미는 구체적인 삶의 현실 속에서 계속적으로 재해석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두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그리고 이와 같이 의미를 탐구하는 활동이 바로 철학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교육철학은 기본적으로 이러한 철학의 성격을 그대로 이어받습니다. 다만 탐구의 대상이 교육현상과 교육실천뿐입니다. 물론 교육철학에도 위대한 교육사상가들의 이론적 체계와 여러 사상가들의 사고를 체계화한 교육철학 사조가 있습니다. 그리고 교육철학을 공부하는 것은 우리와는 다른 위대한 사고 능력을 가진 교육철학자가 아니라 우리는 그저 철학자들이 확립한 생각을 배우면 충분하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특정한 교육철학의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교육에 대한 철학적 이해를 추구하는 주요 목적은 아닙니다. 교육철학은 하나의 지식 체계이기도 하지만, 일차적으로 교육현상이나 교육문제를 이해하고 처리하는 구체적인 탐구활동입니다. 교육심리학, 교육사회학, 교육인류학 등은 과학적 탐구에 기초를 두거나 각각의 구분되는 영역에서 탐구된 교육현상에 대한 사실이나 법칙 또는 교육과 관련된 정보나 판단을 제공해줍니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은 교육활동 또는 삶 전체를 이해하고 교육적 지침을 제공해주지는 못합니다.

 

교육철학은 이러한 사실과 정보들이 교육활동에 주는 의미를 탐구하는 활동입니다. 나아가 교육철학은 교육학의 각 영역에서 탐구된 지식과 정보를 넘어서서 교육활동에 대한 전체적이고 일관된 이해를 추구하는 활동입니다. 요약하면 교육철학의 역할은 철학적 탐구활동을 통해 보다 교육적으로 그리고 인간 삶에 유익하게 교육을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지혜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교육철학은 교육에 관한 사실을 기초로 하여 교육활동이나 교육문제에 대한 새로운 의미를 탐구하는 활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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